자연과 시
9월의 마지막 날에 본문
9월의 마지막 날에
초목들이 푸름을 잃어 갑니다.
이미 누렇게 말라버린 풀
나목이 되어 쓸쓸히 서 있는 나무도 있습니다.
추분이 지나고 낮 시간은 갈수록 짧아져
태양은 북한산 만경봉 아래로 저물고
점점 어둠이 세를 키워 갑니다.
양이 최고에 이르면 음에 눌리고
음이 최고에 이르면 양에 밀리고
줄다리기하는 게 현상계입니다.
큰 산은 당기지도 밀리지도 않습니다.
오고 감에, 주고 받음에 무(無)하고
무마저 무하여 그냥 여여합니다.
그 큰 산처럼 여여함이 내게도 있을 진정
나도 모르게 현상에 젖어 집을 잃으니
지는 해 국향 속에 마음을 여밉니다.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날이 감은 다시 그날로 향한다는 것
'오늘'도 그러하여 서러울 건 없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늘
늘 그 오늘뿐이기에
오직 감격해야 할 '오ㅡ 늘'입니다.
갈꽃 향에 흠뻑 취해 석양을 떠나보내고
어둑한 레드셀비아 꽃 터널을 지납니다.
터널이 끝나면 다시 '오늘' 이 열릴 겁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2. 9. 30.
▼ 나뭇잎이 물들어 갑니다.
▼ 억새와 갈꽃들이 어우러진 풍경
▼ 구절초
▼ 미니코스모스
▼ 레드셀비아 터널
묘한 마음을 갖게 만듭니다.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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