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또 한 가을을 맞누나 본문
또 한 가을을 맞누나
< 지긋지긋했던 비도 제 할 만큼 했는지 갈길 찾아가고
서늘한 대기가 꿈틀거리며 돌아다닌다.
붉은 체크무늬 긴 난방이 더워 보이지가 않아.
늘 때마다 그랬듯이
무덥다 뭐다 호들갑을 떨었는데
지금도 그 군소리하려는가?
세상 植生들이 모진 비바람에 참 많이도 죽었고
살았어도 혼이 나가
기가 꺾기어 한물 간 모습들이고
이젠 보이고 들리는 것도 달라져
팔방으로 귀뜰이 소리만 가득하다.
주말 농장으로 김장용 무 배추를 심으려 가기도 하고,
추석 명절이라 기를 쓰고 고향을 다녀와야 하고,
하 좋다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
늘 난리법석을 떨고 사는 건 인간이다.
세상에 고귀하지 않은 게 없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천하 못난 병신이 인간이야.
그런데도 그것도 모르고 저만 귀하다 까불지.
금년엔 그 흔하던 쑥부쟁이꽃도 영 부실하다.
태풍에 쓰러지고, 부러지고 해서 그럴 것이다.
작년엔 파란 하늘 아래 무리 지어 피어 있었는데........ >
이상은 2010년 9월 14일 써 논 글이다.
오늘은 2022년 9월 14일이니 꼭 12년 전인데
검색하다 보니 눈에 띄어 다시 본다.
비슷한 게 좀 느껴지기도 해서 ...............
내 사는 동네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가깝고
그 사이의 물을 담아 흐르는 당현천이 있는데
우리나라 어딜 가나 그렇듯이 예도 그러하다.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물가에서 공존하도록 한 거다.
참 좋은 거다.
당현천 산책로를 걸으며 먼 여행을 갈 형편도 아니고
이렇게 좋은 자연과 더불어 또 한 가을을 맞을 수 있음이
예 사는 모두는 행복한 일이라 여길 것이다.
여튼,
또 한 가을을 맞이하고
또 한 가을을 걸을 수 있음이
새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글, 사진 / 최운향 2022. 9. 14.
■ 당현천을 걸으며 ...........
▼ 해질 무렵 작은 날벌레들이 무리지어 날며 축제를 벌리는데
잠자리들은 먹이 사냥을 즐긴다.
사람들은 무심히 제 길을 걸었다.
유심인 내가 이상한 것일까?
▼ 유리호프스
▼ 달맞이꽃
▼ 유홍초
▼ 왕고들빼기
▼ 쥐손이풀
▼ 벽화와 어울려 한송이 달맞이꽃이 .......
옛집 앞마당이 그려졌다.
글, 사진 / 최운향. 2022. 9. 당현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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