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2023, 청학리의 가을 본문
2023, 청학리의 가을
용암천을 따라 이어진 가을 길.
전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멀리 용암산이 보인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곳, 전원의
정취가 그리우면 가끔 찾아가던 청학리, 모처럼 오후 시간
짬을 내어 다녀와서 옛 기록을 살피니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시간여행'하면 과거나 미래로의 여행, 시간을 초월하는 그런 의미로 생각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생각나게도 하겠지만, 나는 그런 뜻을 떠나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목적을 정해 여행하는 기분으로 자유롭게 다니는 일"로 정의를
내리고 개인적으로 '시간여행'이란 말을 자주 사용해 왔었다.
바쁜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어 긴 여행을 떠나기도 어렵고 하니,
내게 주어진 자투리 시간도 좋고, 여유가 있으면 더욱 좋은 그런 시간을 이용해
나만의 여행 기분을 살려 뜻있게 사용 하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몇 시간이 되더라도 그 시간 동안 어디어디를 가서 그
무엇이든 보고 오자는 식으로 여행의 기분을 살려 돌아다니는 일을 자주 해왔었다
사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보다는 돌아다니면 새로운 것들이 참 많이 보인다.
그만큼 세상은 많은 것들을 가지고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관심이 없던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나를 자극하고, 평소 내가 보고 싶었던 일들이 실제 상황
에서 전개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게으르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도저히 보고 느낄 수 없는 그런 사건 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세상이며, 세상은 끊임이 없이 어서 서둘러 와서 나를 보라고,
때가 지나면 소용이 없게 된다고 ....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돌아다닐 수 있는 몸을 갖고 그 귀한 시간에 가만히 있겠는가?
그 때 그 곳의 꽃이 참 좋았는데 지금 이 때 또 그 꽃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당연히 궁금해지고 그리워진다. 세상은 내맘 같지 않아 서운할 수도 있었지만 해를
넘기면 그 이후에 그 꽃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대자연 속의 미물이지만 나만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대자연의 그 깊은 마음을
가까이 느낄 수 있음은 즐거운 일이다.
말씀이 참 좋아 적어둔 기록에 이런 게 있다.
"잠 못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이에게 길은 멀며, 어리석은 자에게 생사는 길고,
오묘한 법을 듣기란 드믄 일이다."
불가의 말씀이지만 성경에도 같은 의미의 말씀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오묘한 법? 글쎄 ...... 그건 대자연에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 꽃이 피고지고, 그 꽃과 더불어 사는 그 많은 생명들, 또 도처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기로 말미암은 대자연 속의 생명들을 헤아려 보고, 너도 그러하니 진정 배워라
하며 일깨우고 있건만, 실제 그것을 듣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보다.
...........................................................................................................................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꽃을 촬영하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자연을 살피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이런 즐거운 여정에서 진정 '오묘한 법'을 듣기를 소원한다.
아니지,
어쩜 이미 들었을 지도 모르지 ..................?
글, 사진 / 최운향 2023.10.
■ 길을 걸으며 만난 꽃들
왕고들빼기
새팥
며느리배꼽(신경초)
검붉게 익은 열매가 가을이 깊었음을 말한다.
냇가에 핀 유홍초와 애기나팔꽃
짚신나물
미국쑥부쟁이
달맞이꽃
뚱딴지
참취
흰애기나팔꽃
오리방풀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다.
물봉선
꽃향유
까실쑥부쟁이
괴불주머니
미국쑥부쟁이
■ 청학리 정겨운 풍경
사진을 좋아하신다는 분과 우연히 만났는데
퇴임 후 이렇게 농막을 짓고 농사 일을 한단다.
황조롱이 모형을 매달아 놓았다.
글, 사진 / 최운향 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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