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한로(寒露)에 백로(白鷺) 나래를 펴다 본문
한로(寒露)에 백로(白鷺) 나래를 펴다
한로(寒露)에 백로(白鷺) 나래를 펴다
한로입니다
가막살나무 그늘 밑에 사는 망초
조금씩 조금씩 키를 키워
마르고 야윈 몸 이리저리 기댄 채
가까스로 몇 송이 꽃 피웠습니다.
가막살나무 열매 빨갛게 익었는데
이제야 겨우 꽃을 피웠습니다.
한로에 백로가 가막살 열매 틈새
긴 다리를 담그고
나래를 폈습니다.
백로가 가늘게 말을 건넵니다.
"여름 내내 그늘 속에서 나 고생 많았어.
근데..... 괜찮아.
너 때문이 아니야."
불그스레 말라가는 가막살나무
쓸쓸히 듣다가
빨갛게 웃습니다.
한로에 백로도
하얗게 웃습니다.
잔기침을 하며............
글, 사진 / 최운향 2023. 10. 8.
▼ 지난 10월 8일이 한로였습니다.
가막살나무 열매를 보다가 망초꽃을 보았습니다.
그늘에서 자라서 형편없이 가늘고 부실한 망초 줄기
이웃에 의지하지 않으면 설 수가 없는 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리저리 몸을 기대며 하늘을 우러르며 자라
어렵사리 꽃을 피웠습니다.
백로의 하얀 날개처럼 보였습니다.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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