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닭의장풀꽃 다시보다 본문
닭의장풀꽃(달개비) 다시 보다
달개비
꽃으로 피어난 기쁨
그것도 잠시
살결이 고우면 뭐 해
사마귀 상인 걸
한 시가 아쉬운 짧은 생
기다림은 잔인한 고문
입 맞추는 손님 맞는 것보다
하늘 별 따는 게 쉽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차라리
자위를 하리라고
자폭의 각오로 굳힌 마음
한 순간 머문 손님에 흐느낀다.
눈물에 씻겨 반짝반짝
하늘 별들 떨어진다.
글, 사진(2015. 9. 7 ) / 최 운향
■ 닭의장풀꽃(달개비)
노란 술과 길고 끝이 검은 술이 모두 수술이다. 그런데
꽃가루는 긴 두 개의 수술에만 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달개비. 그 꽃잎과 그 살결은 그렇게 곱지만
얼굴이 사마귀 상, 벌 나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거의가
타력으로 수정을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수술을 끌어다 암술에 대고
자위를 하고 마는 달개비꽃, 그런데 그 달개비꽃을 찾아온 손님이 있다면
......................................
달개비꽃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이라 한다.
꽃으로 피어나 한 순간 즐겁다가 그 생김 새에 좌절하는 꽃이어서 그랬던가?
하지만 아래 사진 속의 달개비꽃은 순간의 즐거움이 아니라 '영원한 즐거움'에
묻힌 모습이다.
■ 꽃잎을 닫으며 시들어 가는 꽃의 모습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긴 수술이 안으로 굽으며 암술로 향한다.
자위 중에 있는 것이다.
곤충들이 찾아주지 않으니 스스로 수정을 하는 것이다.
인제 꽃잎은 더욱 오므라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동할
것이다. 2015. 9. 11 / 불암산에서
■ 사마귀처럼 보이는 닭의장풀 꽃
달개비여
끈질긴 성품
척박한 땅을 기며 뿌리내리고
꽃이라 피우지만 못 생긴 사마귀상
두어 개 수술대 남기고 거세해
금빛 꽃장식해도
어설픈 모습, 뻔한 속내려니
벌 나비 눈치채고 얼씬도 않는다.
후미진 그늘 삐주룩이 홀로 서서
한 나절 버티질 못해 시드는 꽃
오늘도 우두커니 허공만 보다가
긴 한숨에 체념한 듯 문 닫아걸고
수술대 끌어다 품어 안으며
차라리
처절히 자위한다.
그래도
실낱 희망 잡고 같은 생 이으려는 너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맑은 本來心인 걸
깊은 사랑을 나눈 사내도
수틀리면 잡아먹는 사마귀 외모
그 얼굴 緣이런가.
달개비여!
글, 사진(2012. 9. 16) / 최 운향
■ 그 생김새도 다양하다 (사진 / 2023. 9월에 )
이들은 꽃으로서 그 아름다움으로 승부하지 않고, 자존의
의지로 세상을 사는 게 아니런가?
아예 꽃잎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녀석들도 있으니 말이다.
찬란한 빛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만 꽃봉오리를 열고
있다가, 때가 되면 문을 닫아 잠그고 스스로 자위의 방법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정하여 열매를 맺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고백
못 생긴 얼굴
누가 좋다 합니까
나를 찾는 이 없어
늘 외로웠지요
천연의 타고난 생
나는 나로서 나이려고
언제부턴가
결심했어요
아예 꽃을 열지 않으리라고
찬란한 빛세상
봉오리 조금 열고 보리라고
철저히 홀로 가리라고
저승길 누가 같이 가리오
삿된 생각들 다 뿌리치고
본래청정한 마음 하나
시퍼렇게 태우리라고
글, 사진 /최운향 2023. 9.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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