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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시

닭의장풀꽃 다시보다 본문

자연 그리고 나의 글

닭의장풀꽃 다시보다

최운향 2023. 9. 27. 16:00

 

   

 

               닭의장풀꽃(달개비) 다시 보다 

          

                                              

 

         달개비

 

 

  꽃으로 피어난 기쁨

  그것도 잠시

 

  살결이 고우면 뭐 해

  사마귀 상인 걸

 

  한 시가 아쉬운 짧은 생

  기다림은 잔인한 고문

 

  입 맞추는 손님 맞는 것보다

  하늘 별 따는 게 쉽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차라리

  자위를 하리라고

 

  자폭의 각오로 굳힌 마음

  한 순간 머문 손님에 흐느낀다.

 

  눈물에 씻겨 반짝반짝

  하늘 별들 떨어진다.

 

 

 

   글, 사진(2015. 9. 7 ) / 최 운향

 

 

 

 ■ 닭의장풀꽃(달개비)

      노란 술과 길고 끝이 검은 술이 모두 수술이다. 그런데

      꽃가루는 긴 두 개의 수술에만 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달개비. 그 꽃잎과 그 살결은 그렇게 곱지만

얼굴이 사마귀 상, 벌 나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거의가 

타력으로 수정을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수술을 끌어다  암술에 대고

자위를 하고 마는 달개비꽃, 그런데 그 달개비꽃을 찾아온 손님이 있다면

......................................

달개비꽃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이라 한다.

꽃으로 피어나 한 순간 즐겁다가 그 생김 새에 좌절하는 꽃이어서 그랬던가?

하지만 아래 사진 속의 달개비꽃은 순간의 즐거움이 아니라 '영원한 즐거움'에

묻힌 모습이다.

 

 

 

 

 꽃잎을 닫으며 시들어 가는 꽃의 모습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긴 수술이 안으로 굽으며 암술로 향한다.

     자위 중에 있는 것이다.

     곤충들이 찾아주지 않으니 스스로 수정을 하는 것이다.

     인제 꽃잎은  더욱 오므라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동할

     것이다.    2015. 9. 11 / 불암산에서

 

 

     ■ 사마귀처럼 보이는 닭의장풀 꽃

 

 

 

       달개비여

 

 

  끈질긴 성품

  척박한 땅을 기며 뿌리내리고

  꽃이라 피우지만 못 생긴 사마귀상

  두어 개 수술대 남기고 거세해 

  금빛 꽃장식해도

  어설픈 모습, 뻔한 속내려니

  벌 나비 눈치채고 얼씬도 않는다.

 

  후미진 그늘 삐주룩이 홀로 서서

  한 나절 버티질 못해 시드는 꽃

  오늘도 우두커니 허공만 보다가

  긴 한숨에 체념한 듯 문 닫아걸고

  수술대 끌어다 품어 안으며

  차라리

  처절히 자위한다.

 

  그래도

  실낱 희망 잡고 같은 생 이으려는 너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맑은 本來心인 걸 

  깊은 사랑을 나눈 사내도

  수틀리면 잡아먹는 사마귀 외모

  그 얼굴 緣이런가.

  달개비여!

 

 

       글, 사진(2012. 9. 16) / 최 운향

 

 

 

    ■  그 생김새도 다양하다 (사진 / 2023. 9월에 )   

              이들은 꽃으로서 그 아름다움으로 승부하지 않고, 자존의 

           의지로 세상을 사는 게 아니런가?

           아예 꽃잎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녀석들도 있으니 말이다. 

 

           찬란한 빛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만 꽃봉오리를 열고 

           있다가, 때가 되면 문을 닫아 잠그고 스스로 자위의 방법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정하여 열매를 맺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고백       

 

 

  못 생긴 얼굴 

  누가 좋다 합니까

  나를 찾는 이 없어 

  늘 외로웠지요

 

  천연의 타고난 생

  나는 나로서 나이려고 

  언제부턴가 

  결심했어요

 

  아예 꽃을 열지 않으리라고

  찬란한 빛세상

  봉오리 조금 열고 보리라고 

  철저히 홀로 가리라고 

 

  저승길 누가 같이 가리오 

  삿된 생각들 다 뿌리치고

  본래청정한 마음 하나 

  시퍼렇게 태우리라고

  

  

        글, 사진 /최운향 2023. 9.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