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2023, 능소화(凌霄花) 본문
2023, 능소화(凌霄花)
1. 카메라 셔터 탄지(彈指)의 순간 꽃이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2. 꽃을 보고 날아들려던 벌이 한순간 꽃이 떨어져 버리니
엉뚱한 곳에 불시착하였다.
그리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3. 통째로 바닥으로 떨어진 꽃잎은 여전히 고왔다.
꽃잎은 잠시 나를 보는 듯하다가 눈을 감는 듯.......
찰나(刹那)에
능소화 꽃송이 사진에 담는
탄지(彈指)의 순간
꽃잎 하나 통째로 떨어지며
허공을 가른다
툭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꽃잎
고요히 눈을 감는데
여전히 곱고 평화롭다
한 마리 벌이 앉으려다가
불시착하여 꽃받침을 붙잡고
묘한 기분이로다...........
어디론가 날아갔다
한 찰나(刹那)에 구백 생멸 있다는데
나는 몇 찰나 몇 생멸을 보았는가
같은 순간 나를 떠나
세상엔 또 기하(幾何)의 생멸이 있었겠나
조용히 울고 싶었다
그런데 웃었다
비애(悲哀)의 끝이
웃음이니............
글, 사진 / 최운향. 2023. 7.
■ 능소화(凌霄花)
능가할 능(凌), 하늘 소(霄), 꽃 화(花) 능소화, 넝쿨식물로
붙잡을 것이 있으면 하늘 높은 데까지 오르며 고상한 꽃을
6월 하순 무렵부터 9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피운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는 일반 꽃들과 달리
꽃이 통째로 떨어져 가는 길에도 그 미모와 품위를 지키려
한다.
저녁 노을이 고운 날이었다.
글, 사진 / 최운향.2023. 7. 2.
'자연 그리고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과의 대화 (11) | 2023.07.16 |
---|---|
당현천(堂峴川)을 걸으며 ㅡ 대자연은 결코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다. (16) | 2023.07.11 |
2023, 솔나물꽃이 피는 바위에 앉아 (5) | 2023.07.01 |
접시꽃 (12) | 2023.06.24 |
수락산 청학동 계곡에서 (14) | 2023.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