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2023, 솔나물꽃이 피는 바위에 앉아 본문
2023, 솔나물꽃이 피는 바위에 앉아
6월의 마지막 날에
ㅡ솔나물꽃이 피는 바위에 앉아
잎이 솔잎을 닮아 솔나물
그 그윽한 꽃향이 그리워
여러 날 니 생각뿐이었다
솔나물은 왜 천년 바위 곁에 사는지
날 찾는 이 예 앉으라는 건지
여튼 그 바위에 무던히도 앉았었으니....
작정을 하고 들여다봐야만 하는
고 작은 노란 십자화
피지 않아 허무히 돌아온 게 여러 날
천지의 도움 없인 아무것도 없음을
나 가슴에 깊이 새긴 후에야
넌 비로소 가슴을 열고 두 송이 꽃을 보였어
샘솟는 그 감미로운 특유의 향
은은한 황금빛 궁전
난 절로 눈을 감았지
세상에
그렇게
좋을 수 없었어
그 후
셋, 넷,..... 가슴을 여는 꽃들
순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어
그 황홀한 체취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어
장맛비 내려도
아니 찾을 수 없었으니
누가 보면 미쳤다 했을 거야
오늘은 해가 났어
너 연약한 몸 비를 못 이겨 쓰러져
무수한 눈으로 날 보았지
그래
깊은 뜻은 말로 하는 게 아니야
다 알아
2023. 6. 30 / 최운향
솔나물꽃
패랭이꽃
멍석딸기
솔나물 꽃향
코 묻은 얼굴
때가 끼고 트인 손
아프도록 빡빡 씻겨주던 누님
새색시 되어 출가할 즈음
경대 설합 몰래 열어 맡아본
그 고운 분가루 향
교복 시절 어느 여름날
찌는 더위에 홀로 모고개 넘을 때
푸름 속에 아득히 이어진 하얀 길
눈부시도록 빛났는데
벌레 소리 풀 냄새에 실려오던
나는 듯 아닌 듯 그 은은한 향기
땀에 절은 먼 하굣길 그날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 징검다리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모른 채 다소곳 앉아
흰 손수건 물에 적셔 얼굴에 다독이는
그 백옥 같은 소녀
그 부드러운 하얀 손길 그 순결 향
패랭이 꽃이 피고
빨갛게 멍석딸기 익을 때면
황금 구름 피어오르듯 꽃을 피우는 솔나물
스르르 눈을 감기는 그 감미로운 향을 따라
어김없이
옛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글, 사진 /최운향 202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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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물 꽃 속에서
"얘, 여기가 어디냐?
인제 우리 집에 가야지."
툭하면 되뇌는 말
일곱 남매의 맏누이
솔나물 뜯어 데쳐 먹던 시절
기름 한 방울 떨구면
그렇게 맛있을 걸.........
그래도 없어서 못 먹었던
그 가난,
그 옛 우리 집
끝내 지울 수 없는 추억.
긴 세월
아득히 먼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
서 있는 곳, 주변 모습에 대한 생소함
털썩 주저앉으니
펼쳐지는 그리움
때가 되니 솔나물 순 돋아나고
꽃망울 맺히고 꽃은 피고
그 짙은 향기는 숲 속에 퍼집니다.
하루 몇 번씩
솔나물 꽃 가슴에 피어나면
그 찐한 향기 따라 그리움도 피어나고
"얘, 여기가 어디냐?
인제 우리 집에 가야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뇔 성싶습니다.
글, 사진(2012. 6. 23) / 최 운향
****** 일곱 남매의 우리 누이는
돌아가시기 전에 자주 말씀
하셨다.
"얘, 여기가 어디냐?
인제 우리 집에 가야지."
솔나물 / 꽃이 피기 전
나만 솔나물 꽃을 기다린 게 아니었다.
첫 꽃을 보다 /2023. 6. 27
두 송이 꽃이 피었다.
자잘한 꽃이 여기저기서 피다
만개한 솔나물꽃 / 솔나물꽃을 찾는 곤충들
시들어 가는 솔나물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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