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2023, 영춘화 본문
2023, 영춘화
2023년 봄 영춘화 꽃을 보며 새삼 옛 기록을 찾아
다시 봅니다.
또 한 봄을 만나며
-1 -
잠시 빚어진 몸으로 이 세상 머물며
나의 길을 가다가
또 한 봄을 만납니다.
기다림 속에 봄의 서막이 열리면
아주 작은 별꽃, 꽃마리꽃이 피고
서서히 야화(野花)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낯익은 얼굴들
곱고 부드러운 천연의 미모
겨우내 고픈 눈(目)에 생기가 돕니다.
천고(千古)의 먼 인연의 길들이 이어져
내 가는 길 지금순간(只今瞬間)에
만리건곤(萬里乾坤)의 기적을 이룹니다.
-2-
고귀한 것은 찾다보면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는 것은 늘 흔한 것들이고
그 흔한 것들이 실은 나를 생존케 하고
나를 생존케 하니 진정 고귀한 것입니다.
푸른 초목들도 늘 가까이 있고 흔하면서
우리를 생존케 하니 참 고귀한 것이고
그 푸름의 결정인 독특한 미(美)로
우리네 걷는 삭막한 인생길을 위로해줍니다.
삼독(三毒)에 찌들어 윤회(輪廻)하는 길
온갖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비지심(慈悲之心)으로 내 있는 곳에 함께합니다.
꽃은 꽃이라면서 ...................................
-3-
잠시 빚어진 몸으로 이 세상 머물며
나의 길을 가다가
또 한 봄을 만납니다.
봄은 늘 새봄으로 찾아 주지만
그 봄을 맞는 나는 많이도 변했습니다.
아버지에서 할아버지가 되는가싶더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편지글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감사한 일이요
또 한 봄을 만나
야화들의 향연에 내가 있음은 축복입니다.
그 향연에 동참함은
열리어 하나된 마음이고
그 향연에서 노래함은
항복선언(降伏宣言)입니다.
새소리 들으며 걷는 길
하늘 푸르고
햇살 따사합니다.
글, 사진 / 최운향
(꽃마리)
글, 사진 / 최운향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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