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숨어서 피는 꽃 본문
숨어서 피는 꽃
얼어붙은 불암산 계곡
하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섣달 열하루 달이 떠 있고
태양은 많이 기울어 있습니다.
손이 시린 차가운 날씨지만
숨어 피는 야생화를 찾습니다.
새해엔 언젠가 파헤쳐지고
오랫동안 예서 살아왔던 많은 식생들
만날 수 없게 될 슬픈 땅에서
누렇게 마른풀 속에 숨어
속살을 드러낸 나신을 보고
주저앉아 감격합니다.
오, 하느님
자신들 운명을 모르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그 모습을 담아 간직합니다.
그래도 푸른 하늘을 보고
찬란한 빛의 세상을 보았으니
참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주변의 낙엽을 주워 덮어주고
자꾸만 뒤돌아 봅니다.
그늘이 지면서 찬 바람이 붑니다.
몸이 으스스
입술이 떨립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3. 1. 2.
▼ 불암산에 떠오른 음력 섣달 열하루 달
▼ 숨어서 핀 꽃
▼ 저무는 태양
▼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저기에 산다.
글, 사진 / 최운향.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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