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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시

엄니 죄송합니다 엄니 죄송합니다 엄니 무더위 핑계로 달을 넘겨 이제야 왔습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청도라지 피었네요 엄니 덕분에 세상 구경하며 잘 살고 있지만 늘 제 구실을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거목들은 더욱 자라 하늘을 좁혀오고 보이지 않게 땅속으로 파고드는 은사시나무 각종 풀들이 몰려와 뿌리를 내리며 번성합니다 연약한 잔디를 보호하려 하지만 역부족 자꾸만 잔디는 없어지고 잡초밭이 늘어납니다 '있는 그대로'를 향하는 無爲의 생명력을 느낍니다 不始不終의 그 파도의 힘을 타고 노를 저을수록 또 다른 '있는 그대로'의 原力은 지속으로 작용하고 내 '지금'을 쉼 없이 만들며 현존하는 것만 같습니다 엄니 ..

불속에 피는 꽃(火中生花) 한낮 뜨겁게 바위가 달궈져 불암산이 열기에 어른거린다. 화단의 식생들이 생기를 잃고 말라가고 있다. 117년 만의 무더위라 하니 말해 무엇하리오. 이 더위에 불암산 야초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하여 오랜만에 찾는 마음은 미안하고 무겁기만 하였지만 "불속에서 다 태우고 피운 꽃이라오." 그 한마디 말에 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오.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꽃 진정 영원한 꽃은 불속에서 핍니다. 말라가는 나무 가지를 붙잡고 있는 고추잠자리 火中生花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뜨겁게 달궈진 대지 저자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