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엄니 죄송합니다 본문
엄니 죄송합니다
엄니 죄송합니다
엄니
무더위 핑계로 달을 넘겨 이제야 왔습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청도라지 피었네요
엄니 덕분에 세상 구경하며 잘 살고 있지만
늘 제 구실을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거목들은 더욱 자라 하늘을 좁혀오고
보이지 않게 땅속으로 파고드는 은사시나무
각종 풀들이 몰려와 뿌리를 내리며 번성합니다
연약한 잔디를 보호하려 하지만 역부족
자꾸만 잔디는 없어지고 잡초밭이 늘어납니다
'있는 그대로'를 향하는 無爲의 생명력을 느낍니다
不始不終의 그 파도의 힘을 타고 노를 저을수록
또 다른 '있는 그대로'의 原力은 지속으로 작용하고
내 '지금'을 쉼 없이 만들며 현존하는 것만 같습니다
엄니
그 파도를 타고 항해하며 세상 구경 잘합니다
여행이 끝나는 날 거기서 뵈오리라 믿습니다
엄니
자식 도리 잘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4. 8. 24.
■ 용암산 엄니 뵈러 가는 길에
(오르는 저 숲길 위에 엄니가 계시다)
벼룩아재비
아주 작은 꽃으로... 만개한 모습은 보기 힘드는데......
참취
파리풀
산박하
조개풀
노을 속의 새콩
이질풀
들깨풀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사위질빵
글, 사진 / 최운향 2024.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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