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자연과 시

겹벚꽃 본문

자연 그리고 나의 글

겹벚꽃

최운향 2024. 4. 22. 00:58

 

 

            겹벚꽃

 

 

    더할 수 없이 맑고, 순수하고, 고결한 분홍빛 꽃을 만나면 

    내 안에 사는 비애(悲哀)의 천사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비애(悲哀)

 

 

그는

긴 머리에 곱고 고운 여린 모습으로

분홍빛 비단 날개옷을 입고

아득히 먼 하늘, 백옥의 세상에서 살다가

어느 날 홀연 훨훨 날아올라

마음에 찾아와 사뿐히 앉고는 물었죠

함께 살면 안 되느냐고

 

그때

세상이 낯설고

수줍음이 많던 어린 마음은

거절을 못하고

그러하마 했습니다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

긴 세월을 같이 살면서

마음은 알게 되었습니다

비애는 다만 스스로 비애로울뿐

누굴 아프게 한다거나 자신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누가 될까 봐 제 마음을 졸인다는 걸

 

마음은 언제부턴가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도 애처로워 보이고

제 속의 못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차갑던 몸이 점점 따뜻해지고

햇빛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 보이고

모든 게 감사하고

모든 게 고귀하게 보였습니다

존재함이 죄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마음이 온갖 시련에 병들고 아프면

한결같이 다가서서 외려 더 아파하니

헤어짐이란 애간장이 타는 아픔이 되었지만

그 이별의 고통

그 고통도 순명이라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은 더 좋은 평화로 들어가는 문이니

잠시 늦춤의 과정이 있을 뿐이고

한 차원 높은 평화가 있을 거라고

 

아직도 그는 여전합니다.

긴 머리에 곱고 고운 여린 모습으로

분홍빛 비단 날개옷을 입고

해맑은 이슬 물로 목을 적셔주고 있습니다

 

마음은 고맙고 고맙지만

왜 그가 그토록 사는지를 말하지 않으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는 천사일 거라는 생각밖에..........

 

 

 

               글(2009. 4. 30) / 최 운향

 

 

 

 

 겹벚꽃  /사진 2024.4.16

 

 

 

 

 

 

 

 

 

 

 

 

 

 

 

 

 

 

 

 

 

 

                                                                                       글, 사진 / 최운향 

 

 

 

'자연 그리고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호색꽃이 있는 정경 ㅡ봄비 내리는 날에  (1) 2024.05.05
왜 인제 오셨어요?  (7) 2024.04.27
조팝나무꽃  (6) 2024.04.17
분홍매화  (5) 2024.04.13
산수유나무 밑에서  (1) 20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