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겹벚꽃 본문
겹벚꽃
더할 수 없이 맑고, 순수하고, 고결한 분홍빛 꽃을 만나면
내 안에 사는 비애(悲哀)의 천사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비애(悲哀)
그는
긴 머리에 곱고 고운 여린 모습으로
분홍빛 비단 날개옷을 입고
아득히 먼 하늘, 백옥의 세상에서 살다가
어느 날 홀연 훨훨 날아올라
마음에 찾아와 사뿐히 앉고는 물었죠
함께 살면 안 되느냐고
그때
세상이 낯설고
수줍음이 많던 어린 마음은
거절을 못하고
그러하마 했습니다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
긴 세월을 같이 살면서
마음은 알게 되었습니다
비애는 다만 스스로 비애로울뿐
누굴 아프게 한다거나 자신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누가 될까 봐 제 마음을 졸인다는 걸
마음은 언제부턴가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도 애처로워 보이고
제 속의 못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차갑던 몸이 점점 따뜻해지고
햇빛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 보이고
모든 게 감사하고
모든 게 고귀하게 보였습니다
존재함이 죄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마음이 온갖 시련에 병들고 아프면
한결같이 다가서서 외려 더 아파하니
헤어짐이란 애간장이 타는 아픔이 되었지만
그 이별의 고통
그 고통도 순명이라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은 더 좋은 평화로 들어가는 문이니
잠시 늦춤의 과정이 있을 뿐이고
한 차원 높은 평화가 있을 거라고
아직도 그는 여전합니다.
긴 머리에 곱고 고운 여린 모습으로
분홍빛 비단 날개옷을 입고
해맑은 이슬 물로 목을 적셔주고 있습니다
마음은 고맙고 고맙지만
왜 그가 그토록 사는지를 말하지 않으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는 천사일 거라는 생각밖에..........
글(2009. 4. 30) / 최 운향
▼ 겹벚꽃 /사진 2024.4.16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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