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겨울꽃과 나방 본문
겨울꽃과 나방
2023년 12월 11일(월),
불암산엔 차디찬 겨울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무한한 우주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풍파처럼...............
산책길에서 만난 숨어 핀 꽃과 한 마리의 나방(참나무가지나방)은
묘한 심정을 불러일으켰다.
겨울 바닷가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파도가 해안에 이르러
하얗게 부서지면서 생겨났다가 깨어지는 작은 물방울 같기만 한
꽃과 나방 그리고 나..............
겨울꽃과 나방
세찬 바람 불고 겨울비 오는 날
꽃은 자잘한 나뭇가지 속에 숨어
차디찬 냉기를 견디며 피어있었다
분홍빛 두 송이 꽃
나무의 그 고결하고 애절한 호소
아름다운 사연의 현현(現顯)
바람에 날리는 빗방울 속에서
한마리 나방은 이리저리 날다가
가까스로 누런 풀잎을 붙잡았다
휘둘림에 벙벙히
손끝을 대어도 날아가지 않고
더듬이만 움직일 뿐
보는가
들리는가
느끼는가
거대한 파도에 이는 겨울 비바람
겨울꽃 방울
겨울나방 방울
글, 사진 / 최운향 2023.12.11
꽃을 찾는 눈에는 꽃양배추가
꽃처럼 보였다.
▼ 참나무가지나방 암놈과 수놈
암놈/인용 사진
수놈/ 2006년 1월 불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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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사진은 겨울비 내리는 오늘(2023.12.11) 저녁 불암산 산책길에 만난
참나무가지나방 수놈의 사진들이다.
그 암놈은 날개가 퇴화해 없어지고 마치 두 줄의 무늬가 있는 작은 사슴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다. 전혀 나방이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위 사진).
암놈은 발정기가 되면 독특한 분비물을 내어 냄새를 풍기고, 바람을 타고 흐르는
이 냄새를 맡은 수놈들은 암놈 있는 곳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때 엄청난 수의 수놈
들이 군집해 비행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물론 그 많은 녀석들 가운데 어느 한 녀석이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직 암놈의 실제 모습과 사랑을 하기 위해 운집한 수놈들의 그 장관을 이루는
비행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기대해 본다.
■ 강한 바람과 비에 멍멍해졌는지 그토록 예민한 녀석이
손을 대어도 날지 않고 더듬이만 움직이고 있었다.
■ 날이 어두워지면서 불이 켜지고, 그 불빛으로 인해 무지개가 생겼다.
참 묘한 날이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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