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삼성역 오찬 모임 있던 날 본문
삼성역 오찬 모임 있던 날
하늘 조각이 머리 위로 조금 보이는 고층 빌딩 숲 속에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있다니..... 참 비싼 동네인데.....
그것도 공손한 가격으로 편히 즐길 수 있는 집을 용케
찾아서 번개팅 오찬 모임을 주선한 친구는 발도 넓다.
옛날 고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지금도 함께하는
오랜 친구들, 이젠 오랫동안 해오던 사업을 그만두거나
애들에게 물리고, 조용히 살고들 있지만 늘 건강이 문제
다.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이 여럿이니 말이다.
과거 남미니, 중동이니....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다녔던
얘기, 실패 하였던 일들 등등 참 할 말도 많으니 시간이
어이 가는지 몰랐다.
오전 11시 반에 집을 나서 오후 5시가 되어 돌아왔으니
오찬 모임이란 말이 틀릴성싶다.
남쪽에는 오늘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크고 작은 구름들이
무리를 지어 흘러가면서 맑고 푸른 하늘을 보이고, 따가운
태양빛이 쏟아져 내리는 여기 날씨는 긴 장마의 끝임을 예
고하는 것 같았다.
전철을 타고 한강을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아주 새롭고 각별해 보이는 날이었다.
삼성역, 하늘 조각이 머리 위로 조금 보이는 고층 빌딩들의
숲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적했다가 나타나며 붐비는데,
내가 사는 동네, 불암산 마을은 한가롭기만 하다.
옛 고향 땅에서 동아뜰, 마들평야 건너 파란 하늘 아래 멀리
바라다보이는 불암산, 수락산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곳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을 거라고 어릴 적엔 생각했었다.
근데, 참 묘하게도 그 광야에 아파트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바라던 대로 불암산을 우러러보며 그 품 안에서 수
십 년을 살게 될 줄은.......... 크신 은혜를 입었음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검푸른 불암산 자락을 바라보면서 먼 옛날의
회상과 함께 두 손을 모은다.
"감사합니다. 글구, 저희들 건강도 챙겨 주소서."
글, 사진 / 최운향 2023. 7. 25. 밤에
■ 장맛비 잠시 멈춘 날에
▼ 아름다운 불암산
▼ 불암산에서 바라본 수락산과 도봉산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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