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2023, 벚꽃 추억 본문
2023, 벚꽃 추억
지난 4월 초
내 사는 곳이 벚꽃으로 인해
도처에 벚꽃 궁전이 현현하고
화사한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세상이 이렇게 백결 할 수 있음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워집니다.
모든 이가 그때 그 천국의 백성이었음을
늘 기억했으면 소망해 봅니다.
벚꽃 피는 봄 인생길 걸으며
-1-
벚꽃은 떨어져서도 꽃입디다.
꽃잎으로 길가에 떨어지면 길꽃이 되고
차마 밟지 못하는 마음 밭에
꽃밭이 되어줍디다.
꽃송이로 떨어지면 꽃으로 다시 피어나느니
작은 나무 위에 떨어져 그 나무의 꽃이 되어주고
풀 위에 떨어져선 풀꽃으로 다시 핍디다.
바위 위에 떨어지면 바위꽃이 되어주고
흙 위에 떨어져 땅꽃으로 피어납디다.
선업만을 쌓은 생
떠나는 길에도 선업을 쌓습디다.
-2-
천국 궁전 같은 벚꽃 아래 앉아
가만히 살핍니다.
꽃잎은 떠날 때가 되면
거침없이 허공으로 투신하여
쏟아지는 금빛 광명을 타고
바람 따라 이리로 저리로
시키는 데로 자리를 잡습디다.
꽃송이들은 다발로 피어
날아든 새들을 품어주고
기꺼이 먹이가 되어주는데
꽃송이를 쪼던 새가 문득 기뻐 지저귀니
입속의 꽃이 낙하산처럼 돌며 떨어져
바람 따라 이리로 저리로
시키는 데로 사뿐히 내려앉아
다시 꽃으로 핍디다.
-3-
며칠이 지났을까
다시 그곳을 찾아갔더니만
천국 궁전은 간 데 없고
꽃잎들도 꽃송이들도 찾을 길이 없더이다.
새들은 또 어디를 갔는가
꽃잎이 떨어져 나간 가지엔 푸른 잎들이 피어나고
동그스름한 나무의 태아들이
마른 꽃술을 붙이고 눈을 감고 있는데
바람은 여전히 남아 휭- 가지를 흔들고 갑디다.
벚나무가 그토록 긴 겨울을 모질게 견딘 것도
꽃봉오리를 키워 꽃들을 피운 것도
꽃잎들을 떨어뜨린 것도
그 천국의 황홀경을 연출한 것도
모두 다 거룩한 생명의 탄생을 위함이었습디다.
-4-
생명은
고통과 아름다움과 비애를 뿌리로 하고
기쁨과 희망과 영생의 가지를 뻗는가 봅디다.
벚꽃 피는 봄날 인생길 걸으며
세상에 이어 온 억겁의 온갖 생명활동을 떠올릴 때
참으로 눈물겹고 오묘하고 장엄함에 숙연해지고
새삼 청청한 하늘을 우러러보니
지금 이렇게 존재함도
삶도 죽음도
모두가 그 거룩한 창조의 여정인 것 같습디다.
글, 사진 / 최운향
■ 꽃잎은 새들의 먹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꽃으로 떨어지면 안착한 그곳에서 다시
꽃이 되어 줍니다.
(산벚꽃)
■ 벚꽃으로 인해 세상은 아름답고 화사한
천국으로 변모했습니다.
사람들은 참 즐거웠습니다.
■ 꽃 참 좋다 했더니만 어느새 꽃잎은 눈 오듯
떨어져 바람에 날리고, 길 위에 쌓이고,......
차마 밟고 지나가기가 힘들었습니다.
■ 벚나무는 다음 생의 여정을 걷습니다.
쉴 새가 없습니다.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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