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속초 여행(1) ㅡ 대포동 아침 전원 풍경 본문
속초 여행(1)
ㅡ대포동 아침 전원 풍경
인연 따라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로 대포동에서 일박을 하게 되었고
아침 5시에 일어나 주변 마을을 산책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새들이 지저귀고 수많은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논두렁에 앉아,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고 또 바라볼 수 있는 행복감, 나를 위해서 이렇게 좋은 세
상이 마련되었다는 고마움, ..... 마음 한 구석엔..... 죄송스럽기도 하였다.
모내기를 한 푸른 논을 보면 나는 아버님 생각이 난다.
우마차, 축동, 동아뜰, 소근내, 각심절, 현촌, 한내, ..............
그 많던 옛 이름들과 함께
쿵 쿵 쿵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들려오던 대포 소리,
6월 새벽녘 등잔불, 부모님 걱정 소리도 떠오른다.
이른 아침 대포동 전원 풍경 속에 그 옛날 6월의 아이가 찾아가 논길을 걸
으며 그때를 그렸으니 ...... 참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글, 사진/ 2022. 최운향

6월의 아이
"아부지 나두 갈게"
아이는 동아뜰을 건너 한내 논으로
일하러 가시는 아버지를 조른다.
우마차를 타고가는 맛에.
음메 ㅡ
황소도 아는 모양새다.
쇠종 소리가 뗑그렁 뎅그렁 울리니
초가집이 숲속에 얼굴을 내보이다 숨고
맨날 거기 서 있을 줄만 알았던 밤나무는
머리에 뿌옇게 향기를 뒤집어쓰고 걸어 간다.
발을 적시지 않고 소근내를 건너는 맛도 좋았다.
사방으로 펼쳐진 논과 밭에 머문다.
온통 푸름뿐인 그 적막함
허연 옷 입은 몇 사람이 까마득히 보이고
아이는 풀숲에서 어린 방아개비를 잡으며 놀고
논가를 스쳐가는 뱀을 보고 놀란다.
하나 그것도 잠시,
"아부지 이제 집ㅡ에 가 ㅡ"
아이는 금방 지쳐 투정을 하다가
땅바닦에 누워 떼를 쓴다.
"그래서 따라오지 말랬잖어! 일도 못하게시리...."
급기야 투박한 손바닥이 아이의 볼기에 떨어지고
"아부지 안 그럴게"
아이는 울며 저쪽 논둑으로 줄행랑을 친다.
그해 6월 쿵쿵쿵 점점 가까이 들려오던 포성이
천지를 뒤흔들고 세상을 부수면서
모처럼 얻은 자유와 평화 속에
소박한 꿈을 품고
정성을 다 쏟았던 일터요 모두의 희망인
그 6월의 논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 후 세월은 무던히도 흘렀어라.
이젠 더 이상 꿈이 될 수 없는 이 땅의 논에도
6월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그때 그 6월의 아이는 어디에 있나?
천더기 노인이 되어 어느 장터를 방황하나?
우마차를 타고 아부지 따라 천국으로 가버렸나?
마음이 깊이 패인 아픈 상처는
되돌아오는 진정한 마음으로 위로는 받을진정
그 흉터는 가슴에 평생토록 남는 법
아직도 그날의 상흔을 끌고 사시는 이여!
그 마음은 희한한 햇볕(햇볕정책)이란 게 되어
저린 가도 이린 오지 않으리니
모진게 생명이라 여기시고 ,
그냥 그렇구나 여기시고 위로나 받으소서.
머리에 허연 서리꽃을 쓰고
낯선 논둑에 앉아 있는 거기 사람아!
그대 혹,
잃어버린 그 6월의 논을 그리는가?
멀리 사라저가는 그날의 환영을 응시하는가?
저기 멀리
한 마리 백로가 앉아 있구나.
(글, 2006. 6. 27. /최 운향)
■ 동트고 태양은 떠오르고



■ 어둠이 물러가며









■ 일찌감치 산행에 나선 부부
아침 태양 빛을 받아 불그스레 물든 설악,
권금성 케이블카 건물도 보인다.


■ 이른 아침 햇살이 빛나는 설악산 아래 마을
부지런한 농자는 서둘러 작물을 돌본다.



■ 화단을 잘 가꾸고 사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꽃처럼 아름다울 게다.
참새들 대화 소리도 참 맑게 들린다.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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