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어버이날에 본문
어버이날에
어버이날에
ㅡ용암산 기슭에서
엄니
저도 맨날 기도 한다우
내 자식들 건강하라고
잘 살라고
엄마도 그려셨잖아요
맨날 걱정, 걱정하시던
우리 엄니
이제 다 알겠어요
저도 허연 모습이 됐으니
믿어요
그토록 하시던 걱정
좋은 세상에 계실 터이니
다 내려놓으셨다고
옛날 어둑한 당신 방에 찾아가면
맨날 우셨지요
그 뜨거움 주시어
저 그래도 잘 살아요
엄니 생전 여기 심었던 어린 나무들
이젠 고목이 되어 멀뚱히 내려보니
그 그늘에 이렇게 잔디가 다 죽는데도
처리를 못하고 있어요
그냥 가지만 자르는데
그도 힘이 들고 죄스럽네요
내버려 두고
같이 살자 해야겠어요
엄니
그때 꽃상여 오르던 저 아랫길 좀 보슈
참 저렇게 변할 줄 몰랐수
세월이 무상치 만 옛날은 생생해요
엄니
무릎 꿇고 앉은 제 몰골 보소
저도 참 많이 늙었지 않수
참 좋은 계절 5월
당신 자식 이렇게 살아남아
술 한 잔 올립니다
엄니
지금 어디쯤 계신가요
서둘러 가시지 마시고
가시는 길일랑
천천히 즐기시며 걸어요
그리고
기다려 줘요
언젠가 뵙게 되겠지요
하늘이 참 맑아요
보시나요
우리 엄니
글. 사진 / 최운향 2024. 5
■
옛날 11살 어린 나이에 시집오셨던 우리 엄니,
각시붓꽃 닮았다 여겨 오래전에 무덤가에 심고 각별히
여기니, 그 몸통이 날로 커져 매년 제 때에 꽃을 풍성히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 년 전부터 녀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엄니 무덤 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꽃을 피웁니다.
갈라서 심은 것도 아닌데.....신기하기만 합니다.
엄니 무덤과 그 주변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야화들을 만나니
옛 그리움에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 각시붓꽃
▼ 제비꽃
▼ 조개나물
▼ 둥굴레
▼ 세잎양지꽃
▼ 노린재나무
▼ 회잎나무
▼ 황새냉이
▼ 미나리아재비
묘한 정경을 연출하며 꽃을 피웠습니다.
글, 사진 / 최운향
'자연 그리고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의 향기(2) ㅡ 오이도에서 (7) | 2024.06.02 |
---|---|
5월의 향기 (1) ㅡ아난티 펜트하우스(가평)에서 (4) | 2024.05.25 |
봄맞이꽃 (9) | 2024.05.09 |
현호색꽃이 있는 정경 ㅡ봄비 내리는 날에 (1) | 2024.05.05 |
왜 인제 오셨어요? (7) | 2024.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