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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省墓
일기 관계로 청명, 한식을 다 보내고 성묘길에 나섰다.
비가 개인 후여서 그런지 하늘엔 잿빛 구름 덩어리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차디찬 시샘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불암산엔 벌써 진달래, 산벚꽃이 피었다가 졌는데 용암산에는 이제
한창이고, 그간 더웠기 때문인지 어린잎을 제법 키운 나무들도 많았다.
떨어진 낙엽을 긁어모아 치우고, 일찍 나온 풀들을 뽑고, 패인 부분엔
흙을 채워 다져주고.........
일을 마무리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어딜 가나 야화들을 눈여겨 찾는 게 버릇이 되어 굳어 있는 상태이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일을 마치고 여기저기 꽃을 찾아보았지만 섭섭하게도
특이한 녀석을 만날 수 없었다.
때문에 간혹 눈에 띄는 꽃이 비록 흔한 꽃이지만 참 귀하게 여겨졌다.
언제, 어디서, 어느 연유였나가 내겐 소중하다.
그나저나 간밤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데........내 만났던 꽃들은 얼마나
추울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다.
성금요일 저녁 미사봉헌을 하고 돌아와 늦은 시간에 글을 쓴다.
2023. 4. 7 / 최운향
▼ 고깔제비꽃 / 잎이 고깔처럼 생겼다.
제비꽃
한나절 다 가도록
우두커니 서 있는 제비꽃
툭 하면 시샘 바람
허리 꺾을 듯 몰아치고
가까스로 몸 가누면
들려던 손님 가버린다.
때가 길지 않은데........
극도의 초조함
고개 휘도록 가득 채운 꿀단지
다 부질없다는 공허함
이 땅 바람 날리고 빛 뿌리고
젖물 빠는 생명 가득하건만
거기 제비꽃 핀 조그만 時空의 순간을
가만 들여다보는 날 향한 그 젖은 눈
한나절 다 보내고
우두커니 서 있는 제비꽃
그 슬픈 고요 속에
해가 저문다.
글, 사진/ 최 운향.
글, 사진 / 최운향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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