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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에


어버이 날에
꽃상여 타고 이리 오르시던 날
이승의 사연들 예 모두 묻으셨습니다.
그리로부터 먼 저승으로 드시니
그래도 가장 가까이 그릴 수 있는 곳
그곳이 이 넓은 세상 여기가 될 줄이야
그날 저 산모퉁이로 돌고 돌아 가셨는데
지금은 얼마나 아득한 길 계시나이까
좋은 세상 화사히 옷 입으시고
미소 머금은 고운 모습이시죠
생전에 함께 심은 나무들 거목이 되었습니다.
뒤따라 간 자식들은 혹여 만나셨나요
계신 그 세상
제일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곳
촉촉히 이어지는 그리움
"늦었는데 이젠 가
어여 가 어여 가 "
생전에 하시던 걱정 소리 들리는 듯 해가 저무는가 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피는 각시붓꽃
푸른 불꽃으로 탑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1. 5. 8.
■ 잔디와 함께 피는 꽃들
어머니 묘 앞에 심은 각시붓꽃
금년에도 피었습니다.
맨 아래 2013년 담았을 때 보다 많이 번성한 모습이다.


구슬붕이
각시붓꽃과 함께 잔디 속에서 작은 키로 피고
해가 기울면 급하게 오므라든다.


조개나물

■ 오르는 길에 만난 꽃들
애기나리 군락지

애기나리


세잎양지꽃

둥굴레

할미꽃


미나리아재비


개미자리

콩제비꽃

■ 각시붓꽃에 얽힌 사연
각시붓꽃을 보면 어머님 생각이 난다.
아래 사진은 2013년 5월 8일 묘소에서 담은 것이다.

각시붓꽃
이승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
눈물로 순종할 수밖에 없었던 순수함
아니,
실은 내가 작고 부족해 그런 걸.
붉은 빛으로 불타도 되련만
불은 나같이 타오를 수도 있는 법
가슴앓이 설움 뜨거워
절로 지핀 푸른 불꽃으로
나를 모질게 불사른다.
어린 각시 여린 몸으로
어찌 그리 순하고 무디면서
끝내 가시는 그 길이여!
글, 사진(2013. 5. 8) /최 운향
*** 아버님은 내 어렷을 때에 돌아가셨고, 그후 한참 후 어머님께서 스르르 눈감으신 때가
벌써 20년이 되어 갑니다. 어린 소녀 때에 시집오셔 고생 속에 사셨는데................
내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삶이 서럽고 힘들 때마다, 잠드신 곳을 찾아뵙고, 적막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면 ...................
어머님 돌아가신 얼마 후 어버이 날을 맞아 찾아뵙던 날, 낙엽 속에 홀로 핀 각시붓꽃이
하도 애뜻해, 들고간 카네이션과 함께 무덤 앞에 캐어다 심어 놓았었는데, 이듬해 이맘 때
각시붓꽃만 살아 꽃을 피우고.....세월이 흐른 지금 와선 큰 뿌리로 성장해 매년 이맘 때면
어김 없이 꽃을 피우고 찾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아마 내가 이 세상에 없는 날에도 각시붓꽃은 살아 더 많은 꽃을 피우고 번성할 겁니다.
각시처럼 작고 여려서 눈밖에 있을지언정, 우리 어머님처럼 순수 속에 끈질기게 살아
불꽃을 피울 겁니다.
불꽃은 늘 붉은 것만이 아닙니다.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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