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올 들어 가장 많은 낙엽 지는 날 본문
올 들어 가장 많은 낙엽 지는 날
올 들어 가장 많은 낙엽 지는 날
길 위에 노랗게 쌓인 은행잎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새빨간 단풍이
맑고 포근한 햇살과 어울려
아름다운 정경을 연출합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거리와 공원으로 몰려 나와 기뻐합니다.
그러나
이 많은 낙엽을 지게하고는
나의 가을은 떠났습니다.
그냥 다시 왔었으니까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만
언제 어떻게 온다는 말도 없이
너무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는 말도 없이
그냥 또 떠났습니다.
다만 그 전과 좀 다른 점은
차고 심술궂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택해
따뜻한 얼굴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도 무심했던 자신의 모습을
조금은 생각 했겠지요.
다시 떠돌다 오기는 와야 하고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운명임을 알아서 이겠죠.
수십 번 가을을 떠나보내고 나는 홀로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혼자 산행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즐기며
혼자 익숙하게 머리를 자르기도 합니다.
모질게 엄습하는 외로움을 그러려니 버려 두고
신기하게도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지낼 수도 있고
기가 막혀 까무러칠 정도의 음해를 견디어 냈습니다.
참다 참다 설움 북받치면 어머님 뫼 찾아 울 때도 혼자였습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낙엽 지는 날
가을은 떠났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스산한 바람에 나무는 웃음을 잃고 서서
남의 집에 간 썰렁한 기분에다 왠지 쓸쓸하기도 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나를 바라 볼 것입니다.
하지만 가을을 떠나보낸 회수만큼
나는 더욱 성숙해질 것입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낙엽 지는 날인 오늘
나의 가을은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좋아하며 행복해 하는데
나는 창공을 가르는 칼바람 소리를 들으며
서운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멍하니 앉아
가을을 또 보내야 했습니다.
2005. 11. 6(일)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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