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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시

찔레꽃 향기 본문

자연 그리고 나의 글

찔레꽃 향기

최운향 2026. 5. 23. 03:33

 

                 찔레꽃 향기

 

     ▼ 동영상 / 아래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WW1wC_Iy1h4&t=98s            

 

 

 

             찔레꽃 향기

 

나는 듯 아닌 듯한 그 꽃 향 
깊고 멀고 신묘하기만 하다. 


그  배고팠던 시절 
식구들 모여 앉아 정겨운 대화 나눌 때 
누이들한테  나는 은은한 분향 같기도 한데 
고대하던 밥상머리 구수한 꽁보리밥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시고 돌아오신 
허연 광목 옷  엄니 아부지 모습도 떠오르니......


그런가  했는데  또 ,
이웃 놀이 친구 유정이 엄니도 떠오르게  한다.  
남편은 이북으로 끌려 가셨다 하고 
매일 광주리 이고 이 마을 저 마을로
참기름  들기름 팔러 다니셨는데 
해가 지고 어둘 무렵이면 
멀리 떨어진  궁너머 고개로부터 
유정아, 유정아, ..........
하루 종일 돌보지 못한 
어린 자식 이름 부르시는데 
그 때 잔잔히 울려 퍼지던 메아리 
촉촉이 젖은 괴롭고 슬픈 사연들 
그 기름 광주리에 베인 
고소한  참기름 냄새 까지 .......

눈 앞에 불러들여 머무르게 하니 
어인 도술인가 ?


5월의 야생화를 찾아 다니다가  
찔레꽃을 만나고 
그 향기에 젖는다. 


진정, 
찔레꽃은 그 향기로 그리움을 부르고 
가슴을 적시게도 한다. 


먼 슬픔을 가까이 오게 하고 
울게도 만드니 어이 하랴. 


그러나,
그 슬픔은  나쁜 게  아니고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나를  풍성하게 하고 
나를 기쁘게 하고 
나를  더  나  답게 만들어  준다.


찔레꽃은 날카로운 가시로 
그  순결한  비애를  감싸고 
맑고 깨끗하게 걷게 하고 
고요히  자비의 들녘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찔레꽃 향기는 깊고  멀고
신묘하기 까지 하다.   

                              
매 해  5월이 되면 
옛 고향  초가  마을  돌담 집 
우리 집  긴  돌담은 하얀 찔레꽃으로 덮이었다. 


말 없이  찔레꽃이 피고 지는 계절 
무한 우주를 가득 채우며 온갖 인연들이 
생 하였다가 멀어져 가는구나 하는데......


홀연,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찔레꽃  인연들이
가늘게  이어지고 피어올라 멀리
흐릿한 빛을 발하며 
나 여기 있었소
나도 여기 있었소
또 나도  .............
모습을  드러내니 


생 한 것은 영원히 살아 있겠구나 
여겨지고.......
다  찔레꽃 향기 탓이로다. 
털썩 주저 앉은 몸  
일어서기가  힘들구나. 

 

 


       글, 사진(영상)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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