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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향기 본문
찔레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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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향기
나는 듯 아닌 듯한 그 꽃 향
깊고 멀고 신묘하기만 하다.
그 배고팠던 시절
식구들 모여 앉아 정겨운 대화 나눌 때
누이들한테 나는 은은한 분향 같기도 한데
고대하던 밥상머리 구수한 꽁보리밥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시고 돌아오신
허연 광목 옷 엄니 아부지 모습도 떠오르니......
그런가 했는데 또 ,
이웃 놀이 친구 유정이 엄니도 떠오르게 한다.
남편은 이북으로 끌려 가셨다 하고
매일 광주리 이고 이 마을 저 마을로
참기름 들기름 팔러 다니셨는데
해가 지고 어둘 무렵이면
멀리 떨어진 궁너머 고개로부터
유정아, 유정아, ..........
하루 종일 돌보지 못한
어린 자식 이름 부르시는데
그 때 잔잔히 울려 퍼지던 메아리
촉촉이 젖은 괴롭고 슬픈 사연들
그 기름 광주리에 베인
고소한 참기름 냄새 까지 .......
눈 앞에 불러들여 머무르게 하니
어인 도술인가 ?
5월의 야생화를 찾아 다니다가
찔레꽃을 만나고
그 향기에 젖는다.
진정,
찔레꽃은 그 향기로 그리움을 부르고
가슴을 적시게도 한다.
먼 슬픔을 가까이 오게 하고
울게도 만드니 어이 하랴.
그러나,
그 슬픔은 나쁜 게 아니고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나를 풍성하게 하고
나를 기쁘게 하고
나를 더 나 답게 만들어 준다.
찔레꽃은 날카로운 가시로
그 순결한 비애를 감싸고
맑고 깨끗하게 걷게 하고
고요히 자비의 들녘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찔레꽃 향기는 깊고 멀고
신묘하기 까지 하다.
매 해 5월이 되면
옛 고향 초가 마을 돌담 집
우리 집 긴 돌담은 하얀 찔레꽃으로 덮이었다.
말 없이 찔레꽃이 피고 지는 계절
무한 우주를 가득 채우며 온갖 인연들이
생 하였다가 멀어져 가는구나 하는데......
홀연,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찔레꽃 인연들이
가늘게 이어지고 피어올라 멀리
흐릿한 빛을 발하며
나 여기 있었소
나도 여기 있었소
또 나도 .............
모습을 드러내니
생 한 것은 영원히 살아 있겠구나
여겨지고.......
다 찔레꽃 향기 탓이로다.
털썩 주저 앉은 몸
일어서기가 힘들구나.
글, 사진(영상)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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