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
학도암 광대나물꽃 찾던 날 본문
학도암 광대나물꽃 찾던 날
불암산에서 제일 일찍 광대나물꽃을 볼 수 있는 곳은 학도암임을 알고 있었기에
3월 10일 오후에 산길을 따라 학도암에 이르렀다.
속터지는 세상, 그 춤판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해서................
그런데 금년은 개화시기가 일러서 그런지.... 이미 첫꽃들이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모습만 보고 돌아왔다.
울화가 치밀어 추운 것도 참으며 일찍 나와서 일을 치른 걸까?

학도암 광대나물 찾던 날
이른 봄이면
불암산 학도암 커다란 연꽃봉오리바위 아래에선
광대들의 신명 나는 굿판이 벌어진다.
신묘하게도 매년 한 곳에 여럿이 모여서 말이다.
금년은 좀 이르다싶은 마음으로 찾았는데
어느새 첫 판은 막을 내리고
광대들은 기진한 몸매로 엎드려 있으니
차마 너울 속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옛 건물을 부수고 공들여 새로 조성한 경내
아무도 보이지 않고 그냥 적요(寂寥)한데
여전한 건 마애관음보살님, 담장 밖 지장보살님
흐릿하신 미소
큰스님 고급 애마(愛馬)가 보이지 않으니 분명 출타 중
황조롱이인지 흰꼬리수리인지 느긋이 잔디밭에 앉아
경내 만찬을 즐겼나 보다
산비둘기 깃털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꼴 속이 터지고 한이 맺혀
덩더쿵 덩더쿵 춤추는 광대들의 굿판
연꽃봉오리바위 아래 벌어지는 일들쯤이야
그 누가 살피리오
거저 먹고사는 중생들이
그래도
영험함으로 보고 들으시는 분 계시고
울고 싶도록 가슴 시원한 날 오리라
멈추지 못하는
광대들의 굿판
둘째 판 막을 열면 혹 먼데서
누군가 찾아 올까
그 속 뜻 알아채고 제 속에 새겨볼까
내라도 찾아 와
신들린 듯 춤추리라.
글, 사진 / 최운향. 2021. 3. 11.
■ 지친 모습의 광대나물



↓ 광대나물꽃의 모습.
2012년 3월 19일 담은 광대나물꽃. 그 옆에 베로니카(봄까치)가 있다.
광대나물꽃은 가면을 쓴 광대의 모습 같다.
그런데 그 분홍빛 비단 너울(가면)을 벗으면 곱고 수줍은 여인의 모습이
나타날 것만 같다.
그렇지,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세상을 비웃고, 풍자하고, 나무랄 수 있지.

■ 학도암 경내로 오르는 계단 옆에 있는 연꽃봉오리바위

■ 학도암 경내 모습. 대웅전 등 지은지 얼마되지 않는다.

↓ 마애관음보살상

↓ 경내 잔디밭에 널려 있는 새의 깃털
산비둘기 깃털 같다.

↓ 담장 밖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지장보살상
지옥미진(地獄未盡) 서불성불(誓不成佛)이라는 말씀으로
중생에 대한 지극하신 자비를 말씀하신다.

■ 돌아오는 길에



글, 사진 / 최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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